글.사진 최 종 희
추억의 빗소리
장대비가 내린다.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슬레이트 지붕골 사이로 빗줄기가 우두둑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 시절의 집 마당은 대부분이 흙 밭, 구멍이 날 정도로 빗줄기에 흙이 파인다. 그 파인 흙 사이로 작은 웅덩이가 생기고 빗물이 고인다. 고인 물속으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운 좋은 날은 흘러가는 구름도 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구름을 풀어 헤쳐 보면서 그림도 그려본다.
골목길이 놀이터
비 갠 후, 골목길이 놀이터였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뛰쳐나와 동네 친구들을 부른다.
골목길에서 다방구 놀이도 하고 딱지치기 놀이도 가끔 한다.
숨바꼭질을 하는 날,
어둠이 내려앉아 어둑해진 밤에도 놀이의 즐거움에 푹 빠져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안 한다.
집마다 엄마가 부르신다. 그제야 배가 고픔을 느낀다.
맛있는 밥 짓는 내음이 집마다 나고 굴뚝이 있는 집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도 보인다. 숨바꼭질 놀이는 끝나지도 않았는데 배고픔에 집으로 먼저 가 버린 친구들, 그것도 모르고 끝까지 숨은 친구들을 찾으러 다니는 친구의 모습도 보인다.

정겨운 골목집의 삶
어둠이 내리고 강아지가 짖어댄다.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지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 손에는 자식들이 좋아할 만한 붕어빵 봉지를 들고서….. 담장 너머 어느 집에서는 부인의 잔소리도 들린다. 누군가의 집에서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와 반기는 소리도 들린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 안 집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정겨운 삶의 모습이다.

골목길 풍경이 사라져 가고 있다
미로 같았던 골목길은 요즈음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소방도로 문제도 있지만, 무리한 재개발로 인한 폐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빈집들도 자꾸 늘어나고 있다. 도시 몰림 현상과 인구 감소로 인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당장 주변을 보며 절실하게 실감 되는 요즈음, 한 번쯤 우리 모두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