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오일장이 열렸다. 나설 생각에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을수록 자꾸 장날 풍경이 그리워진다. 젊었을 적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재래시장의 맛과 멋을 몰랐다.
장날 풍경이 그리워지는 건 ‘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절 따라 다른 이쁜 꽃 구경도 하고 싶고, 작황 물들 상황도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나오는 채소, 과일 등 상태가 다르니 한 바퀴 하는 동안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가끔 산 먹거리가 많으면 가까운 친구들과 나눔도 하면서 정을 쌓기도 한다. 재래시장 덕분이기도 한 것이다.
제일 먼저 계절 소식을 접하는 곳도 오일장이다. 삼천포에는 오일장이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이면 열린다.
어릴 적, 장 보러 가는 날 난 종종걸음으로 엄마를 잘 따라나섰다. 시장에 가면 맛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꽈배기 한 봉지, 시장 알사탕, 부꾸미 한 봉지….
몸이 쇠약해진 이후로 딸네 집으로 오시게 된 울 엄마가 장날이면 유모차를 이끌고 장을 봐 오셨다. 올라오실 적에는 꼭 유모차 의자 속에 부꾸미 한 봉지가 담겨있었다.

상가 건물 사이로 장사 나오신 어르신들의 짐차가 보인다. 허리 아프신 어르신들의 이동 수단이자 짐을 싣고 오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 어르신이 밭에서 수확하신 듯한 쪽파를 열심히 다듬고 계셨다. 거칠어진 손으로 다듬고 계신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마디마디 오그라들은 손의 손톱 사이의 흙을 보고 있자니, 장에 나설 마음으로 분주했을 어르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허리가 굽으신 어르신을 마주 보고 앉았다. 먼저 열심히 다듬고 있는 쪽파를 조금 샀다. 그리고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며 최대한 장사에 방해되지 않게 어르신의 작업하는 손을 좀 찍겠다고 하였다.
“어디 쓸라고 그라네?”
“제가 어머니들, 이쁜 손만 보면 잘 반한 다 아닙니까. 열심히 사시는 모습 조금 실어 드리려고요.”
“아이고, 참 좋은 일 하네.”
그래도 흔쾌하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한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실례될 거 같아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많이 파시고 다음에도 장 보러 오면 채소 사러 또 올게요.”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누며 일어섰다.

돌아 나오는 길 이쁜 꽃 화분 앞에 멈추어 섰다. 국화가 만발한 요즘, 마당 한쪽에 두려고 두어 개 사면서 에누리해 주는 주인장의 마음에 정을 또 느낀다.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오일장을 위해 버스 타고 시내로 나오신 어르신들의 정거장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들. 방앗간 앞에서 참기름을 짜려고 순번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들….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그나마 내가 사는 삼천포에 오일장이 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주인장의 기분에 따라 에누리도 있고, 말 한마디 잘하면 덤까지 챙겨 주는 인심이 있는 재래시장 풍경이 앞으로 더 그리워질 것이다.
장날, 내 바구니에 담긴 건 강냉이 한 봉지, 쪽파 조금, 꽃 화분 두 개, 그냥 입가에 흐뭇함이 묻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