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간다

올 10월은 유난히 더 바쁘다.
곳곳이 축제와 행사들로 한창이다.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면서 3년간 멈췄던 모든 것들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힘있게 움직인다.
일하면서 바쁜 사람들, 즐기면서 바쁜 사람들. 바쁜 이유야 어찌 되었든 3년간의 갑갑함과 무기력함은 기지개를 켠다.

나 역시 올 10월은 아주 바빴다. 천연제품 만들기 수업 준비를 하고, 노인 분들을 위한 원예 수업 준비를 한다. 플라스틱 박스에 물을 받아 준비한 꽃들을 챙겨 차에 싣는다. 눈부신 가을 햇살이 더 눈부신 그런 날들이다. 수업할 마을을 찾아 구불구불한 길을 달린다. 일 때문에 단풍 구경을 할 수 없었는데, 찾아가는 수업을 하면서 가을을 여러 번 만났다.

꽃을 들고 들어서면 어르신들은 소녀처럼 웃으시며 맞아 주신다.
‘예뿐 아가씨가 예뿐 꽃을 가꼬 왔네~’
‘어무이 ~ 제가 아가씨 갔나예~ 하하하.‘
이제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는 두 아이를 둔 40대 아줌마는 아가씨라는 말에 마냥 신이 난다.
꽃을 보며 곱다고 곱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이 내 눈엔 더 고우시다.
꽃을 만지시고, 노래를 흥얼거리시고… ‘곱다’ ‘사랑합니다’ 를 말씀해주시니 내 마음도 분홍 진분홍이 된다.

행복해하시는 것만으로 보람되고 감사한데 가시는 길에 내 손을 잡고, ‘고맙다’ ‘다음에 또 보자’ 하신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노인 보행 보조기를 끌고 꽃을 들고 가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한참을 본다.
가까운 거리지만 가시다 멈추시기를 여러 번. 앉았다 가시는 어르신도 계신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 계절의 가을도 곧 겨울이 올 것이고, 나의 이 청춘도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저 이날의 어르신들을 건강히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글 읽기

최근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