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저물어가는 해거름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용두공원엘 갔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걷고 싶을 때면 가까이 있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그곳은 사천시민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공원이다.
늦가을, 하천을 따라 무리지어 있는 갈대는 메말라 가는 시간 속에 빛을 잃고 머리채를 푼 채 흩날리어 스산한 마음을 더한다. 고요한 시각, 개울물 소리를 따라 입구로 들어서면 현란한 주홍빛 메리골드가 옹기종기 떼 지어 앉아 사람들을 반긴다. 메리골드의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새겨져 있는 작은 나무 표지판을 보니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엔 새하얀 빛을 띤 거위 몇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아담하게 조성해 놓은 잔디밭에는 잿빛과 하얀 토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아이들은 종종거리며 토끼 뒤를 좇고 있다. 주말의 용두공원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운동 기구를 지나면 왼쪽으로는 풍차와 바람개비가 있는 장미 정원이 있는데, 장미는 지고, 인공 조형물인 튤립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나무로 만든 다리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는 강우량에 따라 달라지는 물줄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름날 쏟아지는 폭우 뒤에는 폭포수가 되어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식혀 주고, 봄날엔 벼랑에 수놓는 진달래의 색채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둑길아래 드넓은 와룡저수지가 펼쳐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뭇잎들을 품어 달라지는 물빛 반영은 한 폭의 데칼코마니를 만든다.
저수지 양편으로는 우람하고도 키 큰 나무들의 행렬이 이어져 운동하는 사람들의 땀을 식혀 주고, 숲속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게 해 준다. 못속에 뿌리 내리고 있는 수중 나무의 자태는 태곳적 신비로움을 더한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와룡산 봉우리 너머로 퍼져가는 선홍빛 노을 또한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지나면 평지를 만나고 마을 어귀에서 작지만 아담한 수련밭을 볼 수 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나무로 조성되어 걷기에 편안하다. 마을 쪽에서 바라보는 저수지의 조망도 한가롭고 평화롭다. 어둑해지는 시각 공원에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면 저수지는 호수가 되어 고요 속에 잠긴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따라 호젓이 걷노라면 물과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된다. 모든 시름 내려놓고 물 따라 흘러가는 그림자 하나 있다.
용두공원은 가까이 있는 우리들 마음의 쉼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