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닌지 – 아이를 키우며

글 손미영

 

눈치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닌지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성적표가 처음으로 집으로 날아왔습니다.  아이 말로는 그리 잘하지 못했다고 하였지만, 막상 뜯어보니 썩 나쁜 편이기 보다는 늘 그래왔듯이 편식이 심한 밥상에서 아이의 식습관을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담임선생님께서 엄마인 저와 의논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순간!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망설이고 있던 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몇 번을 주저주저 하다 이렇게 선생님께서의 전갈을 받고서야 움직이는 무성의한 학부모자리에 있어서 송구스럽고 너무 죄송했습니다.

어제 전화를 드리고 오늘 오후 시간을 약속 받았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마음으로 새겨 전해 드려야 할지를 오전 내내 생각했었습니다.

우선 예전부터 간직하다 시피 해온 화려하면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좀 특별해 뵈는 우산하나(남편 친구 외제가구점 개업 때 얻어온 두 개 중 하나, 그 하나는 애지중지 하며 내가 쓰고 다니는 것임)를 들고 꽃가게에 들렀습니다.   소담스런 꽃다발을 준비할까 하다가, 아이들 사이에서 번거롭고 힘들 것이라 여겨 보기에 예쁜 화분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삼 벤자민이 심겨진 꽃바구니 같이 생긴 화분을 준비했습니다.   하교 하는 아이들을 잠시 지켜보니 아직 약속 시간이 10여분 이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참 출출한 시간이다 싶어 근처에 자주 들리는 빵집에서 롤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우산 들고 가방 메고 줄줄이 손에 들고 전화를 드렸더니 교무실로 오라고 하십니다.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내내 두근거렸지만, 선생님의 차분한 인상 탓인지(친정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이 듦)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내 아이에 대하여 칭찬을 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꾸짖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도 조심스러운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평소 선생님들에 대한 제 생각은 아이들이 잘못하면 정해진 체벌과 ‘뜯어 고치기 식’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순간에 아름답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개인의 특성을 알고 그 지도 방법을 달리하시는 선생님의 유연한 자세에 존경과 감사를 제대로 표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에 마음 통하는 친구를 만난 듯이 줄줄 흘러나오는 수다에 같이 손뼉장단도 맞췄다가 흐느낄 때는 어깨라도 감싸줄 수 있는 듯 아주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제야 선생님은 내 아이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하시며,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얼마나 고맙던지………하지만 내 손에 든 것은 그저 겉으로 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 너무 죄송하기까지 했습니다.

중학교 시작하면서부터 썩 큰 걸음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걸음이라도 빼 놓지 않고 또박또박 앞으로 옮겨가는 내 아이에 대하여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믿음으로써 아이를 바라보기 위해 조금은 느슨해져 한다는 것이 남편과 나의 아이를 향한 눈빛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아빠와 저를 너무 닮아 있어서 그 오래된 나쁜 습관은 우리들의 모습 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인하면서도 여태 다그치듯 재촉만 해온 부모의 자리가 되돌아 보이는 하루였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그래왔듯이 ‘내 아이는 담임선생님 복이 많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 모두가 소중한 아이들의 성장기입니다.

신뢰와 존경, 믿음이 쌓여간다면 내 아이들의 미래는 곱게 다져지는 평탄한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못난 부모는 이렇게 되돌아보며  내어 민 것의 크기를 재는 어리석음을 떨쳐 내어야 하는 것이거늘…….  커 올라오는 대지 안에 속한 모든 생명들이 촉촉이 내리는 빗물에 의하여 한 숨 쉬어가는 시간,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이렇게 휴식하는 비와 어둠이 있어야 내일은 또 다른 모습으로 훌쩍 자라나있을 소중한 그 무엇이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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